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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에이즈 예방사업 펼치는 김진호씨
"남성 한 명이 수술하면 여성·태아 감염률 함께 감소
산모 10만명 중 1100명 사망 임신부 등록 시스템 만들어 산전 관리·병원 분만 지원"
"현장에서 빛나는 정책 개발‥·앞으로도 계속 될 겁니다"

지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우간다에 서 이뤄진 각각의 연구는 남성 포경수술이 HIV/AIDS(이하 에이즈) 감염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높은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에이즈(UNAIDS·HIV/AIDS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산하기구)는 에이즈 감염이 심각한 지역에 남성 포경수술을 강력히 권고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모든 남성이 포경수술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200만건, 20년간 570만건의 새로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으며 30만명의 에이즈 사망 또한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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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위(Malawi)에서 포경수술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HIV/AIDS(에이즈) 예방사업 및 모자보건 증진사업을 펼치는 김진호씨가 어린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아래) ‘프로젝트 말라위’의 김진호씨가 말라위 사람들에게 예방 교 육 및 포경수술, 진단 검사 등을 알리고 참 여를 독려하고 있다.
작년 국제 에이즈(AIDS) 콘퍼런스에서 빌 게이츠는 연설을 통해 "에이즈 예방책으로 포경수술과 모자수직감염예방, 두 가지 전략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대륙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 말라위(Malawi)에서 포경수술 사업을 통해 에이즈 예방사업을 펼치는 대한민국 청년이 있다. 바로 '프로젝트 말라위(www.project-malawi.org)'를 진두지휘하는 김진호(31)씨가 그 주인공. '프로젝트 말라위'는 아프리카미래재단과 대양누가병원의 합작 프로젝트로, 작년 9월부터 말라위 릴롱궤 지역에서 에이즈 예방사업, 모자보건 증진사업 등을 진행하는 국제 의료·보건 사업이다.

김씨는 "한 번의 수술만으로 에이즈 감염률을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남성의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당연히 여성의 감염률, 태아의 수직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선순환도 가져오죠"며 포경수술을 통한 에이즈 예방사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프로젝트 말라위는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을 위해 포경수술 사업과 함께 에이즈 교육, HIV 진단 검사, 임산부 대상 에이즈 검사 및 분만 후 산모 및 신생아 감염 관리 등의 사업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최대한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젝트 말라위의 핵심 사업 중 다른 하나인 모자 보건 사업에서는 임산부 등록 시스템 구축, 임산부 산전 관리 및 시설 분만 유도, 임산부와 영·유아 대상 영양 보충 사업 등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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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의 산모 사망률은 출산 10만건당 1100건으로 아프리카에서도 심각한 수준(44개국 중 7위)인데, 이 중 대다수는 출산 이틀 내에 사망합니다.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산전 관리를 받고 병원에서 분만하는 경우가 전체 산모의 9%에 지나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죠. 대부분 과다출혈, 감염 등의 문제로 숨집니다. 병원에 와서 출산했다면 상당수는 막을 수 있는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김씨가 고안한 임산부 등록 시스템은 지역 정부 공무원들과 대상 마을에 거주하는 병원의 보건요원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며 임산부를 조사해 지리 정보 시스템 내에 등록하는 것이다. 각 임산부의 위치 및 연락처, 출산 예정일을 비롯해 산모의 에이즈 감염 여부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함께 입력하기 때문에, 출혈 등 위급상황이 발생하기 쉬운 산모와 모자수직감염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하는 에이즈 감염 산모 등을 사전에 파악해 병원 분만을 유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 700명의 산모들을 등록해 효과적인 산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사업 대상 마을의 약 6000여 산모들을 모두 등록, 관리할 예정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임산부 등록 시스템의 효과를 입증해, 말라위 정부가 시스템을 도입해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씨가 말라위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초. 당시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공공정책대학원에서 개발학을 공부하던 김씨는 대양누가병원으로부터 '국제보건사업을 제대로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2005년 1월, 제대하자마자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떠난 봉사여행에서 아프리카 개발에 동참하는 꿈을 처음 품었죠. '개발학' 전문가라 하면서 현장은 전혀 모르는 채 책상 앞에서 정책을 짜고 연구를 진행한다는 건 어찌 보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죠. 더구나 간호사인 아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고민 끝에 결정했습니다."

사업대상국인 말라위는 특히 HIV/AIDS 감염률이 높은 반면, 의료 서비스 기반이 매우 열악한 나라.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말라위의 15세 이상 인구의 11%가 HIV/AIDS 감염자로 아프리카 41개국 중 7위에 해당한다. HIV/AIDS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56만명에 육박한다. 전체 인구의 83%는 아직 HIV/AIDS 감염 진단조차 받지 못한 실정으로, 실질 감염자 수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 반면 말라위 전체 전문의 수는 266명. 인구 1000명당 0.022명의 전문의로 아프리카 평균(0.217명)에 크게 뒤처진다.

'이왕 할 일,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포경수술 사업을 비롯해 HIV/AIDS 예방 사업과 모자 보건 증진 사업 전략을 치밀하게 짰다. 이러한 전략성, 효과성 덕에 외교통상부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사업으로 선정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총 2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국제개발 분야의 구루(Guru·정신적 스승이라는 뜻) 제프리 삭스 교수가 자문하고,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공공정책대학원생들이 프로젝트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관심과 참여도 크다.

"대상 지역과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과 과학적인 절차를 통해 효과성 입증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 사이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기존 비영리단체들의 상당한 사업들의 경우, 효과성을 검증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대상자의 소득 수준이나 교육 수준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경제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등의 영향력(Impact) 측정은 더욱 이뤄진 바 없고요. 그러나 분명히 프로젝트의 성과, 영향 등을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그래야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현장을 모르는 연구 또는 어느새 연구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연구가 아니라, 저개발국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연구가 꿈인 김씨는 그래서 '현장'과 '연구'가 분리되지 않는 삶을 꿈꾼다.

"앞으로도 이처럼 현장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업과 연구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청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말라위를 통해서든, 다른 통로를 통해서든,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해 보세요. 이런 도전이야말로 젊음의 특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