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0일의 일기



바쁜 한 주의 끝, 아프리카 말라위 땅에 도착한지 2주하고도 하루가 지난 토요일이다. 나는 아마 코피라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딸린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곳의 필터 커피가 아주 맛이 있다. 말라위의 커피는 플랜테이션 형태가 아닌 중소규모의 농장에서 주로 재배된다고 하며, 그 맛이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겐 반가운 일이다.  


2주 갓 넘은 그동안의 시간은 매일이 낯설고 놀라웠고 생경했다. 아직까지도 모든게 새로운 이 땅은 생각보다 아름답고, 생각보다 정겨우며, 생각만큼 가난하고 힘들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는 왕복 2차선의 도로에 퇴근시간이면 교통체증이 심할 정도로 차가 많다. 툭툭이와 자전거, 보행자가 신호등과 횡단보도 하나없이 뒤엉킨다. 도시의 모습은 빌딩이 들어설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의 구색으로 미국의 대형 몰을 연상시키는 마트들과 크고 작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인구 백만의 이 도시는 특유의 활기로 가득하다. 각종 과일과 채소, 아프리칸 스타일의 원단을 파는 올드 타운의 로컬 마켓과 릴롱궤강 근처의 도시빈민들, 백인과 외국인, 소수의 부유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몇 안되는 fancy한 레스토랑과 카페, 호텔들 모두 이 땅의 모습이다.


이 곳 사람들은 아침 일찍 생활을 시작한다. 아침 7시쯤 집을 나서는 출근 길에는 각자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과 만원의 미니버스, 길가의 구덩이에 쓰레기를 모아 태우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모습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을 본다. 아침 햇살이 건조한 이곳의 부유하는 흙먼지 사이로 내려온다.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의 공기는 맑지 않다. 낡은 자동차의 매연, 쓰레기 소각의 연기, 흙먼지로 인해서 인데, 아침 출근길에 보는 이 풍경들은 이 마저 아침의 활기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Maswera bwanji? 좋은 아침이라는 치체와어의 아침 인사이다. 말라위 사람들은 정겹다. 서툴게 건네는 치체와어 인사말 몇 마디에 기분 좋게 웃어준다. 그 웃음이 감사해 오며 가며 치체와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말라위는 Warm Heart of Africa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사람들이 정겹고 따뜻하다. 사람들의 성향을 일률적으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내가 가진 인상은 말라위 사람들이 그들이 가진 별칭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따뜻함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는 것이다. 쉬이 가질 수 없는 귀중함이다.


프로젝트 말라위의 주요 사업지인 치무투로 들어가는 길은 포장도 되지 않은 거친 길이다. 사업지로 가는 길, 포장도로에서 벗어나 비포장도로에 접어드는 지점에는 우리 Project Malawi, Africa Future Foundation의 포스트가 모래먼지가 많이 묻어 있는 채로 솟아 있고, 모니터링팀의 Project Assistant 인 브라이트는 자랑스러운 듯 특유의 털털한 웃음과 함께 이를 가리키며 우리 포스트라고 일러준다. 모래바람 가득 일어나는 이 비포장도로를 작은 차에 타고 15분 가량 들어가면 수도 릴롱궤와는 또 다른 흙과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작은 마을들을 이루고 있다. 그곳의 시골 학교에서 현지 모니터 요원들과 미팅이 있었다. 책걸상도 제대로 갖춰 있지 않은 8월 말의 이 곳 시골 학교는 방학 중이었는데, 도착했을 때 웬일인지 학생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가 맑디맑다.


주위에 사는 꼬마 아이들이 자기 몸의 반 만한 커다란 대야 몇 개를 들고 학교 가운데의 펌프식 borehole에 물을 길러 나왔다. 아이들은 신기한듯 나를 보고, 나 또한 귀여움에 그들을 쳐다보고 이내 다가갔다. 그리고 양손으로 펌프를 잡고 위아래로 펌프질을 해줘야 하는 borehole의 손잡이를 빼앗아 내가 해주겠노라고 호기롭게 펌프질을 시작했다. 그 모습이 역시나 신기한듯 아이들이 한 손에 입을 물고 쳐다보고, 누나, 언니 격인 어린 여자아이가 펌프에서 나오는 물로 대야를 씻고 물을 받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원래 그 눈빛이 이리도 예뻤던가 아니면 혼자하는 착각과 도취의 순간인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그렇게 펌프질을 하면 이두 삼두는 웨이트를 한 듯 힘이 들고, 내가 지쳐서 힘들어하는 것 또한 아이들은 웃기다는 듯 쳐다본다. 그 아이들이 그렇게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는 그들의 웃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 그렇게 또 오후 미팅때 다시 한번 borehole 근처 아이들 곁에 가 펌프질을 했다. 그 아이들을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너를 위해 나를 위해 필드에 자주 나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2주가 넘은 아프리카 말라위의 신참내기 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새롭고, 낯설고 때론 어렵다. 이것들의 공존에 대해 나는 어떠한 가치판단을 할 만한 경험과 인식도 없는 상태이고, 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볼 뿐이다. 정립된 가치관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현지어인 치체와보다 영어, 중국어가 많이 들리는 이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적고 있는 순간에도 이 곳 이 땅에서의 생활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 같다. 이 다름에 대해 아마 결론내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일단 그 밝은 인사와 웃음과 ‘Thumbs up’에 감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0th. Sep. 2017                  








로컬마켓.jpg


릴롱궤 올드타운 부근의 로컬마켓





말라위 원단시장.jpg


릴롱궤 올드타운의 원단시장





오피스 앞 전경.jpg  


어느 오후에 찍은 프로젝트 말라위 오피스 앞 전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