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떤 이들에겐 질병과 가난이 지배하는 무겁고 안타까운 대륙.

어떤 이들에겐 그 이름만으로도 헌신과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이름.

어떤 이들에겐 광활한 대자연이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아름다운 세상.

또 어떤 이들에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기회의 땅.

 

 프로젝트 말라위에 새로 합류하게 된 소한윤입니다. 아프리카는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저에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그리고 국제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로는 도움을 주고 싶은 곳 이였고, 마침내 이렇게 아프리카 말라위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말라위에 오기 전, 저는 많은 분들로부터 말라위에서 어떤 꿈과 계획을 가지고 무슨 일들을 해보고 싶은지, 그리고 이 곳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글쎄요. 그 분들께는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와 국제개발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혹은 이 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효과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라는 어찌 보면 식상하고 원론적인 답변만을 드렸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아프리카 말라위에 오기 전에는, 이 곳에 오는 것까지가 저의 구체적인 계획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단순한 이유죠. 그래서 이젠 저 자신에게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금 더 진지하게 물어보는 중이랍니다.


 제가 말라위에 도착한지 이제 겨우 3주가 지나가는 시점에서 아직 이 곳에 와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누군가와 깊이 있게 나누기엔 너무 일천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과 생각을 꾸밈없이 이야기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몇 자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아프리카는 _____이다.”


 이렇게 아프리카는 위에 기술한 것처럼 제 머리 속에 몇 가지 모습으로 인식이 되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저에게 가장 큰 인상을 준 것들은 바로 사람과의 대화였고, 그 사람들의 삶이었고, 그리고 그들의 꿈이었습니다. 학생이 학교에 결석한 이유가 옷이 더러워서 창피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HIV/AIDS 예방교육을 위해 찾은 학교에서 저에게 한국에 갈 때 자신을 같이 데려가 달라던 씩씩한 여자아이, 그리고 미국에서 일하고 살아보는 것이 꿈이라는 프로젝트 말라위 현지직원의 소망은 충격적이고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저는 이들을 아프리카라는 큰 개념아래, 말라위라는 국가공동체 안에 이들을 하나의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 보았나 봅니다. 왜 이들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중매체의 영향일 수도 있고, 범지역 범국가적인 국제개발 프로젝트와 접근방식에 의해 자연스럽게 제 머리 속에 자리잡은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높이 나는 새가 숲을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손 안에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세계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전체를 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구요. 하지만 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서 더 멀리 더 높이 더 크게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좀 더 가까이, 좀 더 천천히,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다시 제게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또 다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말라위를 떠나게 되는 몇 년 후에 무엇을 할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하지만 이 곳에 있는 동안에 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이 사람들의 소리를 조금 더 가까이서 듣고 서로가 가진 것을 이해하는 일입니다한 사람 한 사람을 내 머리 속의 하나의 커다란 범주에서 꺼내어, 하나의 주체로 구체화 시켜나가는 것이야 말로 이 들과 함께 나아가는 일의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말라위에서의 시간은 여기가 아프리카구나, 이 사람들이 아프리카 말라위 사람들이구나.”라고 말하던 제가 한 사람씩 손을 잡고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말라위 도착하기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보았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혼자 비행기를 타고 가며 저 높이서 바라보지만 말고, 잠시 내려서 손을 잡고 걸어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하고 현지와 결합된 이상적인 국제개발의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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