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 프로젝트 말라위의 이동규 펠로우가말라위 개발에 대한 짧은 단상 4’ 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글을 연재합니다. 이동규 펠로우가 말라위에 머물면서 느낀 개발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느낀 점들


1. 정부 보고서와의 차이점


월드뱅크(World Bank;WB)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말라위 정부의 보고서와 큰 차이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두 보고서 모두 농업 분야의 생산성 강화 및 운송 관련 인프라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이를 말라위의 중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약간 차이가 났던 부분은 말라위 국내 보고서에서는 관광산업 육성과 젊은 세대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WB 보고서에는 이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습니다. WB의 보고서가 정부 보고서에 비해 통계학이나 경제학 자료를 이용하여 설득력이 있게 설명한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두 보고서 모두 상대방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상호간 긍정적 영향을 주고 받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말라위의 신문들을 읽다 보면 UN이나 WB 관계자들에 관한 뉴스가 빈번하게 소개되는데요, 이는 친서방적이면서 많은 국제기구와의 협력이 필요한 말라위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두 기관은 유사한 결론을 내며 보고서를 끝맺고 있었습니다.

 

2. 개발. 그리고 NGO


WB 보고서는 대정부 정책 보고서의 느낌이 강합니다. 즉 시장 참여자들이나 NGO들이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정부가 해야 할 일들, 이를테면 시장규제라든지 이웃국가와의 협력에 대하여 보고서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느낀 점은 다양한 분야에 개발이라는 말이 쓰이지만 주체에 따라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며 기대되는 성과도 다르다는 점입니다. WB의 말을 빌린다면 국가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프라에 대해 투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대외무역 촉진을 위한 교역망 개선과 교역망 이용에 지출되는 비용 및 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며, 현재의 전력 관리 시스템 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야는 속성상 NGO와 같은 민간부문에서 다루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야는 민간부문이 담당하기에는 많은 자금이 들고, 혹 자금이 있다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NGO의 아동후원, 교육지원, 양성평등을 위한 Advocacy 등의 사업 등은 분명히 인간의 존엄성을 확장해 가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수의 NGO 들이 말라위에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경제 및 빈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개발의 결과물을 GDP/capita 차원에서만 측정하려 한다면, 개발 NGO 숫자 및 영향력이 증가한다 해도 본질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3. 프로젝트 말라위와의 연관성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국제개발 NGO나 프로젝트들은 예산과 정치적 영향력에 있어서 한계가 있기에 국가단위의 정책에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연구를 통한 정책 제안은 이를 극복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말라위 정부는 HIV/AIDS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HIV/AIDS 관련 정책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말라위에서 지내다 보면 관련 캠페인 및 브로셔 등도 비교적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WB 보고서에 의하면 말라위 정부의 현재 예산 초점은 예방보다는 치료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는 1)치료 효과와 2)치료 프로그램을 통한 주변인들에게 경각심 환기를 목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약에 프로젝트 말라위의 HIV/AIDS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정책에 대한 효과성 평가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에 따라 말라위의 정책 입안자들이 주어진 정부 예산 안에서 가장 효과적인 HIV/AIDS 예방책을 실행하게 된다면, 그래서 말라위의 초기 HIV/AIDS 감염률이 급감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이러한 결과가 GDP/capita의 증가에는 잡히지 않는 영향이겠지만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HIV/AIDS의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황홀한 일이 될 것입니다.

 

4. NGO가 참여 가능한 분야


보고서와 관련하여 NGO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 가능한 분야는 농업 관련 부문이라 생각됩니다.


① 비료 부분 개선

농사를 할 때 드는 비용의 20-50%가 비료를 구입하는데 드는 것은 분명히 지나친 것 같습니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말라위 내에 자체적으로 비료를 생산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요? 한국에서는, 혹은 옥수수를 재배하는 다른 국가들에서는 과거 개도국이었을 당시 어떻게 비료 문제를 해결하였을까요? 만약 이러한 의문들이 해결된다면 농업 국가인 말라위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 입니다.


Warehouse Receipt System

앞의 보고서 내용에도 언급되었듯이 말라위의 주식인 메이즈(옥수수 가루)는 가격 변동 폭이 매우 큰 편입니다. 가격이 200% 이상 널뛰는 것은 예사이며, 올해도 가뭄으로 인해 메이즈 수확량이 급감할 것이 예상되기에 벌써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Warehouse Receipt System (말라위 개발에 대한 짧은 단상 2에 소개;WRS) 을 이용한다면 나중에 식량 가격이 급격히 올라 메이즈 구입이 어려울 때 스스로 식량으로 소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보관한 영수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할 수 있다면 유동성 확보까지 가능하여 대출한 돈을 다음 농사를 위한 자금으로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NGO와의 협력으로 마을 단위로 WRS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은 농촌 마을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③ 관개시설 판매

현재의 말라위의 농업은 지나치게 강우량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폴 폴락씨 등이 실시하고 있는 소규모 자작농이 구매 가능한 관개시설을 이 곳에 적용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실행 가능성에 대한 단상


      ① 첫 번째는 예산 제약입니다.

 이 보고서를 처음 읽고 느낀 점은 과연 이 보고서가 말하는 권고사항들을 말라위 정부가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수력발전소 설치에 몇 백억, 도로 정비에 GDP x.x% .. 물론 한꺼번에 권고사항들을 모두 달성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한정된 예산에 대한 고려가 좀 더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근 말라위에서는 정부 공무원들이 다시금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적으로 압박이 매우 심한 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현실적으로 어떤 정책들이 입안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도 유익할 듯 합니다.


     ② 두 번째는 정치적 상황(혹은 형평성)에 대해 좀 더 고려입니다.

 보고서는 반복적으로 정부가 곡물시장에 개입하여 수출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곡물 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어렵게 하고 나아가 농업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맞는 의견이겠지만, 말라위는 국민들이 때로는 굶어 죽어 가기도 하는 빈곤 국가입니다. 국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을 때, 정치인들이 과연 곡물 수출을 금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다음 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비료 보조금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서는 비료 보조금을 비현금성 작물에 한정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습니다. 비료 보조금 프로그램은 농업 국가인 말라위에서 수 많은 농민들이 직접적으로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즉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프로그램의 타겟층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프로그램의 타겟층을 넓힐 강한 인센티브가 있는 셈이죠. 이러한 정책 입안자의 인센티브를 고려하여 비료 보조금 프로그램의 최적 타겟 범위를 연구해보는 것도 좋은 연구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6. 식량안보 그리고 투자에 대한 단상


 보고서는 반복적으로 식량난이 일어날 때마다 해외 메이즈 수출을 금지하는 정부의 메이즈 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내시장 참여자들이 해외수출을 염두해 두고 메이즈 생산에 투자할 수 있으며, 이 투자가 곧 메이즈 생산성 증대로 이어져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런 주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우선은 말라위가 늘어난 수요에 과연 적절히 반응하는 시장 구조를 지녔냐는 점입니다. 현재 말라위는 각종 물품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공급은 이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여 많은 수요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여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즈의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어났다고 하여도, 공급이 이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 됩니다.


    두 번째는 자본에 대한 접근성 문제입니다. 현재 말라위 시중 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20%대로 지나치게 높아 시장 참여자들이 기회를 포착했다 하더라도, 생산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을만한 투자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과연 위의 두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이 것이 말라위 국내 효용 증가, 다른 말로 하면 메이즈 보유량의 증가로 이어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해외판매를 목적으로 대량 생산설비에 투자하여 수확량을 높였다면 이는 국내에 판매되기보다는 해외 수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 1인당 연간 확보가능 메이즈량은 늘어나지 않거나 심지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WB의 주장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7. More than good intentions  - 말라위에서 NGO로 지낸다는 것


 신은 사람의 마음과 중심을 보시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 있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특히 선한 의도로 국제개발의 현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말라위의 경우로 한정 지어 생각해보면 단체가 하는 일에 상관없이 이미 해당 국가에 들어와 있는 것 자체가 Side effect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첫 째는 개발 사업을 위해 말라위 내로 송금하는 달러로 인하여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화폐 가치를 절상시켜 말라위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현지인들에게 발전에 있어서 해로운 역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현지의 은행들은 대출과 저축 고객 확보에 집중함으로 국내 자본을 재배분하고 최적화하여 경제시스템의 촉매제와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말라위 은행들의 경우 NGO 등이 들여오는 외화의 환전을 통한 외환거래를 통해 주로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 NGO에서 일하며 단순 작업을 하는 것이 개척 정신으로 기업을 일으키는 것보다 안정적이며 수입도 많은 편입니다.


 즉 비록 선한 의도로 국제개발 현장에 들어와 일을 하지만 해당 지역에 의도치 않은 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국제 개발 현장에서 일하는 저부터라도 좀 더 스스로 겸손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8. 말라위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


 앞으로 말라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WB의 보고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안정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하면서 말라위가 현재 비교 우위에 있는 부문을 강화하라는 조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만약 1960년대의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혹은 1800년대 산업혁명 즈음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게 이와 같이 권고하였고, 또 위의 국가들이 이를 충실히 이행하였더라면 현재 이들 국가들의 모습처럼 번영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아직까지 농업국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난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들 국가들은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성공적으로 산업 구조를 변화시켜갔으며 번영에 이르렀습니다. 말라위에도 결국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특히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곳 말라위에서는 안타깝게도 조금이라도 어려운 기술이 요하는 경우,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하여 사용합니다. , 곡괭이, 파이프는 물론이고 심지어 비누나 우유까지도 전부 다 수입품입니다. 분명히 수요는 있는데, 이에 발맞추어 물품들이 원활히 생산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이와 같은 기술 축적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요? 교육이 그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보편적인 초등교육은 어느 정도 달성하였으나 산업을 일으키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고등교육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NGO나 원조 기금 등의 교육관련 사업금의 집행이 보편적 초등교육에서 선별적 고등교육 과정으로 전환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국가의 리더십의 문제일 수도 있고, 또는 다른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거의 모든 물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농업을 기반 사회에서는, 설혹 WB 충고를 받아들여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요원하리라 생각됩니다. 즉 기술축적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을 지향하는 것이 빈곤의 종말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지금의 말라위는 2007, 28년만에 1인당 국민 소득이 1979년 수준으로 회복되는 등 좋은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현상은 비단 말라위 뿐만 아니라 사하라 이남의 여러 국가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빈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성장에 힘입어 놀라울 정도로 상황이 개선되었습니다.


언젠가 말라위 지역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 인간에게 주어진 존엄성과 자유를 좀 더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그 일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