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운전면허증 갱신기한이 만료되어경찰에게 벌금을 물었습니다회사에서 내주나요?”

“ 아니요사비로 해결하십시오.”

 

“ 사무실로 일찍 오라고 해서 과속을 하는 바람에경찰에게 벌금을 물었습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세요.”

 

“ 은행이 일찍 문을 닫아서 그러는데 은행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 안됩니다.”

 

“ 현장 업무를 마치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러는데 바로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 사무실로 돌아오세요.”

 

“ 일찍 사무실에 나오느라 아침을 안 먹어서 그러는데 저기 있는 빵 좀 먹어도 될까요?”

“ 줄 수가 없네요.”

 

안녕하세요프로젝트 말라위 현장책임을 맡고 있는 소한윤입니다위에 대화 내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정말 쌀쌀맞은 사람이네’ 혹은 ‘너무 비인간적인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칠 것 같은데요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차가운 저 대답들저 대화내용이 바로 제가 우리 현지 직원들에게 한 대답들입니다.


제가 프로젝트 말라위에 합류한지도 이제 5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아직도 배울게 많은 새내기에 불과하지만매일 중요한 업무에서부터 소소한 일들까지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게 되고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들을 수시로 맞이하게 됩니다위에 적혀있는 대화 내용처럼 어찌 보면 정말 사소한 질문들도 종종 다루어야 하는데요비록 별로 중요한 결정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매번 결정에 앞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 짧은 찰나에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라고 왜 모르겠어요운전면허 갱신을 미처 하지 못한 우리 현지 직원아마도 깜빡했거나 혹은 HIV/AIDS 교육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느라 미처 갱신할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현지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과속벌금을 물게 된 직원은 열심히 임산부들에게 옥수수가루를 나누어주고 오다가 그랬을 것이구요또 말라위에서는 대부분의 은행이 일찍 업무를 종료하기 때문에 평소에 은행 업무를 보기가 쉽지 않아서부득이 그 시간에 은행에 가고자 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머리가 아파서 사무실에 오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가고자 했던 그 직원은 아마 햇빛이 너무 강한 대낮에 현장 업무를 하느라 정말 몸이 안 좋아서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을 것입니다그리고 빵을 먹고자 했던 직원은 정말 업무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 식사를 거르고 와서 매우 배가 고팠을 것입니다.


제가 만약 아프리카에 한 달 정도 여행을 온 것이었다면혹은 그저 조금 도와주고 자기만족을 얻기 위해 이 곳에 왔다면제 대답은 분명 모두 YES 였을 것입니다하지만 저의 대답은 모두 NO 였습니다왜냐하면 저는 제가 아프리카에 좋은 것을 나눠주고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며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기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라이들과 함께 서로가 서로를 세워주고 배우고 발전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저는 우리 현지 직원들이 현재 사업을 하는 치무투 지역과 릴롱궤를 넘어말라위를 이끌어 나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우리 직원들에게 국가의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인 의무이고 개인의 잘못은 그 어떤 상황에도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은행에 가고자 했던 직원은 일과 시간에 은행에 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업무 시간은 개인을 위해 쓰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시간임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그리고 그 자신이 우리 사업에서 그만큼 중요한 임무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기를 바랬습니다머리가 아픈 직원을 바로 보내지 않은 것은 정말 몸이 안 좋다면 병원에서 직접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또한 그만큼 아프지 않다면 현장 업무를 마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맡은 일을 책임질 줄 아는 그런 자세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빵을 달라던 직원에게 빵을 주지 않은 것은 사업물품이 누구나 개인적인 필요를 위해 쉽게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저는 무엇보다 이 모든 결정들이 다른 모든 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길 바랐습니다.


저의 이러한 결정들이 옳고 잘 한 것인지는 저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다만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생각하기에 저 나름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한 것뿐이지요저도 사람인지라 헤아릴 수 없는 부분이 많고잘못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제 판단으로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보다 따뜻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한지도 모릅니다그래서 궁극적으로 우리 직원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교훈을 주고 싶었을 뿐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기에먼저 벌금을 본인이 직접 내게 하고 사비로 내야 하는 이유를 서로 공감한 후다음 날 제 사비로 대신 채워 주었습니다저에겐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일 수 있지만우리 현지 직원들에겐 하루 임금보다 많은 금액이기에 저도 영 마음이 편치 않았거든요사업을 위해 구입해둔 빵을 주지 못했던 직원에게는 제가 아침 식사로 먹는 땅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그리고 저로 인해 마음이 서운했을 직원들에게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칭찬을 하며 기분을 달래 주었구요하지만 다들 아직도 저에게 서운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그저 제 마음과 의도했던 뜻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그가 없을 때도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공동체가 잘 움직이게 하는 지도자다.’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제가 우리 현지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프로젝트 말라위를 비롯한 현지 NGO들이 말라위 국제개발에 참여하며여러 국제기구들이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에서 일하고 있는 목표는 어쩌면 위에서 이야기한 지도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인 것 같습니다그 때가 언제든 우리는 떠나야 하고 이 나라의 주인인 현지인들이 우리의 도움 없이 진정한 주인으로서 자신의 지역과 국가아프리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그 날이 오기까지그리고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더욱 잘 준비되고 성숙한 우리 현지 직원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주인정신을 가지고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는 말라위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진정으로 개인의 이익을 떠나 아프리카를 사랑하고 헌신할 수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외국에서 온 착한 친구가 아닌 나쁘고 비인간적인 동역자가 되는 방법을 선택 할 것 같습니다모든 팀원들의 기분을 만족시켜주고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설령 미움을 받더라도 옳다고 믿는 것을 그들과 나누는 과정이야 말로 어렵지만 필요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물론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나쁘거나 혹은 괜찮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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