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로젝트 말라위 윤정수 인턴입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네요.(사실 처음입니다ㅜ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보니 어느덧 2월이 끝나갑니다. 이번엔 저희 인터벤션 중 하나인 정수기에 대한 소개를 드릴까해요.



한국은 이젠 물이 끊기면 뉴스에 나오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는 단수를 언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뉴스나 신문을 통해 알릴 정도로 단수는 낯설지 않은 일입니다.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프로젝트 말라위 식구들에게 마시는 물이야 주말에 시장 가서 몇 병씩 사오면 되지만 단수가 되면 씻고 설거지 하는 것은 고역입니다.


말라위 마을 곳곳은 어떨까요?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현지 마을에서는 우물을 많이 사용합니다. 옛날 시골에서 쓰던 마중물을 부어야 하는 구형펌프는 아니지만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요즘 시대에 펌프를 이용해 물을 쓰는 방식은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물에서 길어온 물이 깨끗한지 믿을 수도 없죠. 물이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깨끗한 물의 절대적인 공급량은 우물로 보충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구호단체나 국제기구에서 만들어 놓은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하수도라고 합니다. 깨끗한 물과 더러운 물을 분리시켜 각종 수인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엄청난 재정이 들어가는 수도사업을 제대로 시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NGO들이 각종 워터가드를 제공하는 이유도 상하수도 대신 현지에 맞는 깨끗한 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프로젝트 말라위도 모자보건사업(MCH)을 하고 있는 단체로서 위생, 특히 깨끗한 물 공급을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신생아 사망원인 1위가 설사인 이곳 아프리카에서 산모와 아이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것은 모자보건의 기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게다가 멀티비타민을 산모와 아기들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함께 제공하는 것은 저희 프로그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죠. 논의는 깨끗한 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적 차원을 넘어 어떻게 말라위 현지에 맞는 물을 제공해야 할까라는 방법론적 차원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정수하는 제품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죠. 정수하는 방법은 가루타입을 이용한 화학적 방법과 정수기를 이용한 물리적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저희가 찾은 제품 중 하나는 가루타입으로 일정시간 정화되지 않은 물에 풀어 놓으면 더러운 물질을 침전시켜 정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계속해서 물을 쓸 때마다 가루를 넣어야 하고 물 이용 스타일이 사람마다 달라 제공해야 하는 제품의 양을 달리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박테리아 등 정수효과가 다른 제품보다 탁월하게 뛰어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른 제품을 찾던 중 적정기술을 이용한 한 정수기를 예리한 우리 팀원들이 찾아냈습니다. 가격과 용이성, 살균능력 면에서 가루타입보다 우수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말라위의 사회적 기업 SAFI가 유통을 담당하는 제품으로, 세라믹 필터는 네덜란드회사가 인도공장에서, 플라스틱 통은 말라위 현지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크게 2단으로 구성되어있고 위에 정수되지 않은 물을 담으면 시간당 3~6리터 정도의 깨끗한 물이 세라믹 필터와 빨대를 지나 하단에 모이고 함께 장치되어 있는 수도꼭지를 통해 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립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지 사람들이 가정에서 우물 물을 길어다 사용하는 생활모습을 고려한 적절한 제품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물을 길어다 정수기에 넣어놓기만 하면 위생적으로 물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제품유지도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비싼 정수기는 코디 아줌마가 와서 필터를 갈아주어야 하지만 이 제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필터와 플라스틱 통을 수세미로 청소하기만 하면 2년 정도는 거뜬히 쓸 수 있죠. 무엇보다도 투명한 통을 통해 직접 물이 정수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이용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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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밝은 친구 Bright이 산모들을 대상으로 정수기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이 제품(아래 사진)을 water filtration의 일환으로 선정하였고 RCT(Randomized Control Trial)을 기반으로 현재 사업대상자들을 구분하여 정수기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 엄밀한 효과성 분석을 할 수는 없지만 마을을 다시 찾아 확인 해 본 결과 대체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밑에 사진은 직접 한 가정을 방문해서 찍은 것인데요, 더러운 물이 필터를 거쳐 깨끗한 물로 바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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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아주머니는 정말 좋고 잘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더러운 물이 깨끗한 물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애써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저희 사무실에도 사업 시작과 동시에 정수기 한 대 놓았습니다. 사무실에서 마시는 물은 모두 이 정수기를 거칩니다. 손님이 와도 여기서 물을 받아 커피 대접을 합니다. 물 값도 아낄 수 있고 홍보도 하고 사업진행 상의 피드백도 자연스레 되고 여러모로 들여놓기를 잘 한 것 같네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용을 통해 저희 Water Filtration의 개선점들을 계속해서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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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정수기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