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보건 (Mother and Child Health) 사업

 

 참 오랜만에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그 동안 참 바빴습니다. 정신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핑계가 썩 훌륭(?) 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궁금해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2번 혹은 3번에 걸쳐서 MCH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 말씀 드리려 합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양해를 구합니다. 다시 핑계를 대자면 바빴습니다. 그래서 사진 찍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구차한 변명이네요;; 어째든 사진이 없습니다. 그러나 글은 재밌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된 시점이 2011 1월이었습니다. 이제 불과 3개월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 3개월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많은 부분 개선해 나가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 결과 이제 MCH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너무 기대가 됩니다.

 

사업 대상지는 치무투, 치투쿨라 지역입니다. 치무투에 9만명, 치투쿨라에는 3만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두 지역이 사업 대상지이지만, 사업 대상은 12만명이 아닙니다. 당연하겠죠? 왜냐하면 임신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임신부들을 대상으로 사업하려고 계획했을까요? 임신부의 건강 문제는 너무 중요합니다. 임신부의 건강은 태아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업을 통해 알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업의 특징은 아시다시피 세상을 변화시키는 연구를 동반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임신부들의 건강 수준을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만이 유일한 목표가 아닙니다. 임신부들의 뱃 속 환경, 즉 태아기 환경과 출산 후 영아기 환경이 장기적으로 그 아이의 건강과 사회-경제적 지위 (socioeconomic status) 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아 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들이 저명한 저널에 몇 편 게재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컬럼비아 대학교 (Columbia University) 경제학과 알몬드 (D. Almond) 교수는 1918 년에 발병한 유행 독감을 이용하여 이 기간 태아기에 있었던 사람들의 자료를 가지고 분석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태아기 환경 때 유행 독감에 노출되어 있었던 사람들의 먼 훗날 교육 수준 및 소득, 신체 건강의 수준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부정적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우 중요한 발견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태아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처럼 명확하게 밝혀준 논문은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논문 역시 좀 더 탄탄한 (robust)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유의미한 결과들을 일반적으로 (general)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태아기 환경의 중요성과 영향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있어서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듯 합니다.

 

자랑을 좀 하면, 우리 사업이 그러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무작위 할당 실험 (Randomize Controlled Trial) 을 통해 태아기 환경과 영아기 환경이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과 관계를 밝힐 예정입니다. 과거 자료를 (retrospective) 이용하여 하는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다고 자부합니다. 참고로 무작위 할당 실험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100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randomly) 500명을 선정하여 이들에게는 비타민 A를 주고 나머지 500명에게는 아무 것도 주지 않은 뒤 건강을 비교해 본다고 합시다. 만약 비타민 A를 제공받은 임신부의 건강이 그렇지 않은 산모의 건강보다 개선되었다면 그것은 비타민 A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 지루한 얘기가 반복되는 것 같네요. 이제 조금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우리 사업의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지난 3개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정부 관리자는 물론, 지역 보건소, 지역 보건 요원, 수많은 임신부들을 만났습니다. 거의 매일 사람들을 만나며 사업의 중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 홍보했습니다. 다행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일들이 순전히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는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부분 역시 다른 NGO 혹은 연구기관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대양 누가 병원을 제외하고 치무투, 치투쿨라 지역에는 총 5개의 지역 보건소가 있습니다. Area 25, Area 18, Dzenza, Lumbadzi, Chiwamba. 이 보건소들과 우리는 같이 일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임신부들은 굳이 대양 누가 병원까지 오지 않더라도 다른 보건소에만 가면 우리의 프로그램을 동일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한가지 자랑을 덧붙이자면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너무나도 훌륭한 것입니다. 현지 인력을 활용하여 현지인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고 산전관리 및 임신부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칭찬받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보건소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지역 보건소에 소속되어 있는 지역 보건 요원 (Health Surveillance Assistant) 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보건 요원은 자신에게 할당된 4-5개의 마을을 담당하며 이 마을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임신부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활용하면 마을의 정보는 물론 임신부들의 정보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120명의 지역 보건 요원과 함께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 지역 보건 요원과 일일이 회의를 하며 동참을 요청했고, 같이 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지역 보건 요원 팀장인 사이디 (Mrs. Saidi) 라는 분은 매우 똑똑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역 보건소와 협력하는 과정은 참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가지 해 드리죠. 저는 약 2달간 지역 보건소와 협조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치무투, 치투쿨라 지역에 지역 보건소가 어디에 몇 개 위치해 있는 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보건국, 릴롱궤(말라위 수도) 보건부 등을 방문하여 지역 보건소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준 지역 보건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Area 25, Dzenza, Lumbadzi, Chiwamba. 어찌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까 제가 위해서 말한 보건소 중에서 빠진 곳이 한 군데 있죠. 바로 Area 18 입니다. 정부는 이 곳을 제외하고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4군데 보건소가 있으려니 생각하고 이 4군데 지역 보건 요원과 보건소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4군데 지역 보건 요원들로만은 치무투, 치투쿨라 지역 전체를 포함할 수 없었습니다. 아까 말씀 드렸지만 지역 보건 요원은 자신이 담당하는 마을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4군데의 지역 보건소의 보건 요원들이 담당하는 마을을 합치면 치무투, 치투쿨라를 모두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마을이 새로 생긴 것일까. 아니면 지역 보건 요원들의 마을 분류가 엉망으로 되어 있던 건 아닐까. 여러 생각을 해 보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3월 초에 정말 우연히 대양 누가 병원에서 약 15분 떨어져 있는 곳에 AREA 18 이라는 지역 보건소를 발견했습니다. 흥분했습니다. 분명히 이 보건소도 우리 사업 대상지에 있는 보건소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이 보건소를 직접 찾아 지역 보건 요원을 만나고 그들의 마을 위치를 확인해 본 결과..당연히 우리 대상지였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정부가 준 자료가 이렇게 엉망일 수 있을까요? 그러나 감사했습니다. 뒤늦게라도 이 보건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정부, 지역 보건소, 지역 보건 요원과 모든 협의를 마쳤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진행 과정과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 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저희 사업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모든 임신부들에게 각종 테스트를 제공합니다. HIV/AIDS, 성병검사, 말라리아, Urine test. 이 테스트들은 산전관리의 일환으로 제공됩니다. 이와 더불어 설문 조사도 병행합니다. 임신부 등록 시스템 구축이 함께 진행되며 임신부들의 기본 정보를 조사하고 그들의 건강 정보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이 후에 우리는 무작위 할당을 통해 몇몇 임신부들에게 20kg 상당의 음식과 미량 영양소 (micronutrient) 등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또한 몇몇 출산 산모들에게는 똑 같은 양의 음식과 미량 영양소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태아기 환경과 영아기 환경의 비교. 어떻게 가능할까요? 또한 몇몇 임신부들에게는 구충약 및 모기장, 그리고 시설 분만에 대한 voucher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프로그램의 제공을 통해 임신부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알아볼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연구의 주제를 언급하고 마치겠습니다. 저희는 산전관리 제공 시 임신부들의 피를 뽑아 보관 후 유전 검사를 할 예정입니다. 유전 검사의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유전과 환경, 그리고 한 인간의 건강과 사회 경제적 결과의 관계를 밝혀 세상에 알리려 합니다. 자세한 사업 내용은 다음 편에 이어 올리겠습니다.

 

팀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열정으로 일한다고 하기에는 그들의 열심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기도해 주세요. 특히 아프리카를 사랑하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아끼는 마음에 공감해 주시고 참여해 주세요. 그 동안 모자 보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마을 정리와 지역 보건 요원 협조 일에 큰 공을 세워 주신 송정은 씨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건강이 많이 안좋은 상태입니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분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