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장보러 가는 길에 프로젝트 말라위의 디렉터 김부열 선생님께서 저희에게마시멜로 한 봉지와 두꺼운 스파게티 면을 사오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면을 어디에 쓰시려는 걸까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는 세 군데의 마트를 거친 끝에 마시멜로를 공수해 왔습니다. 그리고, 3일쯤 후 선생님께서 프로젝트 말라위와 대양 컴파운드 식구들 모두를 모으시더니, 우리가 사온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면을 꺼내셨습니다. 그리고는 우리를 세 팀으로 나누시고 준비물을 고르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준비가 끝난 후, 선생님은 초시계를 꺼내시고는 우리에게 18분 안에 끝내야 하는 미션을 주셨습니다.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면만을 사용해 가장 높은 구조물을 세우고 유지하는 것이 그 미션이었습니다.

 

초시계가 눌린 후, 각 팀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순수 프로젝트 말라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김택수 펠로우, 이동훈 펠로우, 김주예 인턴, 그리고 막내 인턴인 저 방소정이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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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1은 건축을 전공한 김주예 인턴의 아이디어로 정육면체의 구조물을 위로 쌓아가는 방식을 채택하였고, 두 사람은 위로 쌓고 두 사람은 정육면체의 대각선을 한번 더 연결하여 기반을 튼튼하게 하였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프로젝트 말라위 팀의 여사라, 노해윤 펠로우, 대양누가병원의 산부인과 권하얀 선생님, 한의사 김삼기 선생님 부부 팀입니다. 이 그룹은 거미줄 같은 모양으로 큰 규모의 구조물을 세웠습니다. 위 사진에도 보이듯이 약간은 위태하지만 멋진 형태의 구조물이었습니다. 여사라 펠로우는 에펠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 그룹은 대양누가병원의 백영심 선교사님, 김은석 원장님, 대양간호대학의 김수지 교수님, 교환학생 조현정 언니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그룹은 기둥을 많이 쌓고 그 기둥들을 좁은 간격으로 연결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각자의 손이 점점 바쁘게 움직였고, 구조물이 높아질수록 진동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시간이 모두 끝나고 우리는 함께 구조물에서 손을 떼었고, 동시에 김부열 선생님께서는 한 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이 끝날 때까지 구조물이 유지되는 팀이 최종 승리자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TED2010 영상이었는데, Autodesk의 디자이너 펠로우인 Tom Wojec이 마시멜로 챌린지를 각종 디자인 워크샵에서 실행하면서 얻은 결과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학생, 디자이너, 건축가, 경영자 등 전세계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한 이 게임에서 그는협동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시멜로 챌린지는 아주 간단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협동의 과정을 보입니다. 회의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구상하고, 의사 결정권을 위해 경쟁하고, 누군가는 진두지휘를 하고, 또 함께 구조물을 보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Wojec에 따르면, 이 협동의 과정에서 놀랍게도 많은 수의 성인 그룹들이 구조물을 완성하고 유지하는 데에 실패한다고 합니다. 구조물들의 평균 높이는 50cm에 불과하며, 경영대 학생과 변호사 팀들은 기대에 반해 25cm 정도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우수한 구조물을 완성한 것은 유치원생 팀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성과물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할수록 구조물이 완성될 확률이 적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워크샵에서는 10,000 달러 상당의 상품을 제시하였는데, 구조물을 완성/유지한 팀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양 컴파운드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부끄럽지만, 모든 팀의 구조물이 영상이 끝나기 전에 무너졌습니다. 그룹 3의 구조물은 거의 손을 뗌과 동시에 전부, 그룹 1의 구조물은 영상이 시작하자마자 반 토막으로 무너졌고, 그룹 2의 작품은 꽤 오랜 시간을 위태하게 버텼지만 영상 중간에 결국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각 팀의 실패 원인을 상의하며 협동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우선, 모두가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였습니다. 첫 디자인으로 구조물을 세우던 도중 디자인의 문제점을 발견하지만, 제한 시간 내에서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습니다. 따라서 협업을 할 때, 의견을 모아 최고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한, 기초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제시되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야 구조물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룹 2의 작품의 경우에도 시간이 조금 지난 후 하부의 스파게티 면 하나가 부러지면서 전체가 무너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욕심과 여유를 잃은 심리가 협업에 얼마나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는 지 통감하였습니다. 세 팀의 구조물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대부분 김부열 선생님께서 제한시간 마감이 임박했음을 외치셨을 때부터였습니다. 시간에 쫓기자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고, 빨리 더 높은 구조물을 쌓아야 한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는 구조물에 바로 반영되었는데, 위쪽을 쌓으며 손에 힘이 들어가자 튼튼하던 아래쪽도 무너지고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결국 마지막 5분을 사용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냈습니다. 10,000달러의 인센티브가 유례없는 실패율을 낳았다던 Wojec의 케이스도 아마 이 심리 상태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시멜로 챌린지는 절대 혼자 마칠 수 없는 게임입니다. 누군가가 구조물을 위로 쌓고 있다면 누군가는 흔들리지 않도록 구조물을 잡아주고 받쳐주어야 합니다. 이는 협업의 가장 기본적인 성질을 보여줍니다. 프로젝트 말라위의 사업 역시 팀 구성원 간의 협업을 필수로 합니다. 마시멜로 챌린지를 통해 얻은 협업에 대한 성찰은 프로젝트 말라위 팀의 발전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프로젝트 말라위가 모자보건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역할을 나누고 의견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할 일이 잦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확실한 계획과 기초를 갖고, 욕심을 내려 놓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합동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개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이루어 나갈 사업을 떠올리며 프로젝트 말라위의 가슴이 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