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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로 사는 안락한 삶도 있었다. 하지만 새내기 의사 눈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병에 더 많이 걸리고, 더 빨리 죽는 이 세계가 무언가 잘못됐다고 비쳤다.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살아 있는 사람을 다루는 의료 분야가 차가운 경제 논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청년 의사는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다. 세상을 치유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뒤 비행기로 24시간이 걸리는 아프리카로 향했다. 목적지는 말라위였다. `호수의 땅(The Land of the Lake)`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The Warm Heart of Africa)`이라는 별명과는 대조적으로 말라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15달러인, 하루 1달러도 못 버는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한국인 의사 출신으로는 1호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의료와 경제를 접목한 공적개발원조(ODA)에 뛰어든 김현철 `프로젝트 말라위` 대표(37ㆍ코넬대 정책학과 교수)의 이야기다. 

현재 미국 코넬대에서 개발경제학을 가르치는 그는 강의 시간 외 나머지 시간을 아프리카에서 보내며 사람들을 돕는다. 5년 전 출범한 프로젝트 말라위 팀은 아프리카 말라위뿐 아니라 이제는 에티오피아, 가나에서도 에이즈 예방과 모자(母子)보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강을 코앞에 둔 지난달 26일 미국에 있는 그와 전화ㆍ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가 2주 전 아프리카 말라위와 가나에 있었는데 다들 에볼라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하더라고요. 마치 홍콩에서 사스(SARS)가 창궐한다고 한국 출장을 취소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에볼라 바이러스로 위험하지 않은지 묻자 돌아온 그의 첫마디다. 김현철 대표는 "우려는 이해가 가지만 감정적인 과잉반응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가 활동 중인 지역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인 사이에서는 에볼라 때문에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크다. 국내에서도 아프리카로부터 오는 수학자의 입국을 꺼리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자칫 아프리카 관련 사업이나 프로젝트들이 동결될 것을 염려했다.김 대표는 "국립의료원 소속 의사와 의료 선교사 등 3명의 한국인이 에볼라 바이러스 현황 파악을 위해 현지에서 조사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에서도 아프리카인은 무조건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거나 비(非)전염 지역으로의 여행을 급작스럽게 취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다 숨진 의료진이 120명을 넘지만 오늘도 사지를 넘나들며 의료활동을 계속하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하는 고생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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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대표는 아프리카 미래재단, 코이카, 분당제일여성병원과 함께 남아프리카 말라위를 비롯해 에티오피아, 가나 지역의 보건ㆍ교육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돌보는 마을 1000곳에는 15만명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 35명의 한국 젊은이가 프로젝트 말라위에 참가했다. 대원 가운데 일부는 유니세프 등에 들어가 당시 경험을 현업에 접목하고 있다. 

그는 왜 한국이 머나먼 땅 아프리카를 도와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가 하는 일은 당장 물에 빠진 채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것과 같아요. 세월호 참사 때 500명이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어요. 정말 충격적이죠. 그런데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말라위에서는 하루에 500~1000명의 아이가 사망합니다. 매일 세월호가 1~2대씩 가라앉는 격이에요." 

아프리카에서 인상 깊었던 일을 묻자 성매매 여성과의 대화를 꼽았다. "아프리카 여성들이 에이즈에 걸리는 주요 루트가 원조교제입니다. 학교에 못 가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성(性)을 동네 아저씨들이 낮에 사다 보니 여성들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거예요. 화대를 조사해보니 기가 막혀요. 1000~1500원이라는 거예요. 성매매 이유가 더 가슴 아파요. 학교에 가고 싶어서 학비를 벌려고 한다는 거예요. 낮 시간에 학교에만 다녔어도 에이즈에 감염될 일은 없었을 겁니다." 

말라위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10%에 불과하다. 그는 프로젝트 말라위를 통해 여성들을 원조교제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에이즈 예방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후배이자 프로젝트 말라위 팀원인 김부열ㆍ김진호 씨와 함께 학교 수십 곳을 찾아 에이즈 예방 교육을 했다. 여학생 2500명에게 학교 수업료 15달러도 지급했다. 프로젝트 말라위의 도움을 받은 해당 지역 여성들 사이에서 에이즈 감염 비율은 성공적으로 줄었다. 또 포경수술을 하면 에이즈에 걸릴 확률을 60%나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렸다. 포경수술을 이슬람 전통으로 알고 거부할까 봐 아프리카 내 기독교 최고지도자들을 찾아가 사인을 받아냈다. 포경수술 홍보 노래를 만들어 길거리에서 틀어놓고 춤까지 추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성인 남성 500여 명이 프로젝트 말라위 팀으로부터 포경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 엄마들의 50%가 임신 중에 말라리아에 걸려 뱃속 아이까지 건강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저개발국가를 돕는 일을 하려면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다만 지금의 방식을 뛰어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개선 방식을 찾는 데 매진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30년 이상 프로젝트 말라위를 지속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ODA의 성지`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프로젝트 말라위의 대원이 되기 위한 경쟁이 제법 치열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대원이 되는 데 전공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아프리카의 엄마와 아이들 정보를 꾸준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성항법장치(GPS)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사업을 하는 노하우도 필요하니 다양한 전공자들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말라위 팀은 말라위 수도 릴롱궤 부근에 있는 임신부 6000명의 거주지를 GPS에 등록해 정보를 관리해오고 있다. 

유명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도 프로젝트 말라위를 `놀라운 시도`라고 평가하며 이 프로젝트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그의 일차적인 목표는 프로젝트 말라위의 결과물을 논문으로 내는 일이다. 

김 대표는 "현장의 경험과 학술적인 배경을 결합해 기록으로 남겨 아프리카의 개발원조 표본이 될 수 있게 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건의료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는 데도 보탬이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말라위의 결과물들은 김현철 대표, 김부열 박사 등 연구진 3명이 내년께 논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들며 "사람들이 꺼리는 곳을 찾아가고, 가장 연약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자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려고 한다"며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연구와 의료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아프리카, 때로는 한국까지 오가는 빡빡한 일정은 같은 ODA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의 이해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내는 현재 코넬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아프리카 사람들이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돕고 싶은 마음에 보건영양학을 전공했다. 

그는 "말라위 보건 사업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에서만 세 커플이 결혼에 골인했다"며 사랑도 찾고 멋진 일을 함께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 프로젝트 말라위는…인구 10%가 에이즈환자 `말라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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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말라위 팀 김현철 대표(오른쪽)와 김부열 씨가 활짝 웃고 있다.

김현철 프로젝트 말라위 대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국제빈곤퇴치기금을 지원받아 2010년 말라위에서 현장 연구를 시작했다. 인구 1700만명의 남아프리카 소국 말라위는 의료 체계가 취약한 나라 중 하나다. 에이즈 환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 수준이며 태어난 아이 1000명 중 70명이 5세 이전에 숨진다. 그러나 말라위 내 의사 수는 260여 명에 불과해 대표적인 의료 소외국이다. 

프로젝트 말라위 팀은 말라위 수도 릴롱궤 외곽에 위치한 대양누가병원에서 에이즈 예방 사업과 모자보건사업을 시작했다. 대양누가병원은 한국인 간호사 백영심 씨가 설립한 병원이다. 1994년 말라위로 이주한 백 간호사는 2008년 말라위 수도에 대양누가병원을 설립했고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이자 남수단에서 의료활동을 펼쳤던 고(故)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제2회 이태석상을 2012년 받았다. 프로젝트 말라위에서 하는 보건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에이즈 예방 교육, 둘째는 모자보건증진사업이다. 에이즈 예방 사업에는 에이즈 예방 교육,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테스트, 중ㆍ고등학교 여학생 학비 지원, 남성 포경수술 등이 포함된다. 모자보건사업에는 임산부 등록 시스템 구축, 산전 관리, 임산부와 영유아의 영양 보충 사업, 산후 감염 관리 등이 있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빈곤과 질병을 극복하는 창조적인 실험이라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 He is… 

△1977년 10월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경제학 석사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 △2002~2003년 안양 샘병원 △2004~2006년 충남 아산ㆍ서울 공중보건의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현재 코넬대 정책학과 교수 겸 프로젝트 말라위 대표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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