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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ㆍ경제학 접목한 에이즈퇴치 연구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의사이자 경제학자인 김현철(34)씨는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에서 에이즈 퇴치를 위한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의학과 경제학을 접목해 에이즈 퇴치 방법을 찾는 `프로젝트 말라위'라는 명칭의 연구로, 김씨는 이 프로젝트의 대표를 맡아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일시 귀국한 김씨는 19일 인터뷰에서 "그동안 포경 수술과 콘돔 사용, 예방교육 등이 각각 에이즈퇴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입증됐지만 이 모든 방법을 동시에 사용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누구도 연구하지 못했다"며 "연구 결과가 나오면 국제사회의 에이즈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씨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와 연세대 경제학 석사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올해 박사학위 취득을 앞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개발경제학 전공자로서 저개발국 국민의 건강과 경제발전을 연계하는 방법을 찾던 그는 아프리카미래재단 연구위원 자격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국제빈곤퇴치기금 14억원을 지원받아 2010년 9월 말라위에서 현장 연구에 나섰다. 


인구가 1천500만명인 말라위는 에이즈 환자 비율이 14%가 넘고 임산부 10명 중 1명이 출산을 전후해 사망할 정도로 보건의료 체계가 취약한 나라지만 의사 수는 260여명이 전부다.


해운회사 대양상선이 말라위 수도 릴롱궤 외곽에 설립한 대양누가병원의 협력을 얻어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에이즈 예방 사업, 모자보건 사업, 지역사회 건강센터 사업을 실행에 옮긴 뒤 이를 경제학의 엄밀한 잣대로 평가해 사업의 효과와 경제성을 입증해 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김씨는 그간 컬럼비아대 후배인 김진호, 김부열씨와 더불어 학교 19곳을 찾아가 에이즈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6천여명을 대상으로 에이즈 검사를 했다. 또 캠페인을 통해 성인 남성 402명에게 포경수술도 받게 했다.


김씨는 "포경수술을 하면 에이즈에 걸릴 확률을 50%나 줄일 수 있다"며 "포경수술을 이슬람 전통으로 알고 거부할까 봐 기독교 최고 지도자들을 찾아가 사인을 받아냈고 포경수술 홍보 노래를 만들어 라디오나 길거리에서 틀어놓고 율동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10대 여학생들이 에이즈에 걸리는 주요 원인이 `원조교제'인 점에 착안, 다음달부터 여학생 2천500명에게 학교 수업료 15달러와 월 용돈 1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다. 


그는 "어린 여학생들이 학교 갈 돈이 없어서, 또 귀걸이를 사고 싶어서 단돈 1달러에 몸을 팔다가 에이즈에 걸린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며 "이들을 지원할 비용이 없었는데 최근 말라위 환율이 두 배로 뛰면서 필요한 자금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릴롱궤 부근 치무투, 치투쿨라 지역 임신부 6천명의 거주지를 GPS(위성항법장치)에 등록해 정보를 관리하는 한편 제비뽑기로 선정된 임신부 1천500명에게 두 달마다 옥수수가루 20㎏을 지원하고 병원 출산을 유도하는 것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김씨는 "예산의 제약으로 임신부 1천500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안타깝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이 사업의 정밀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연구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한국 청년들에게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기회를 주자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30여명의 한국인 의사, 간호사, 대학생이 자비를 들여 말라위로 날아와 최소 6주간 머물며 프로젝트를 도왔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도 `놀라운 시도'라며 평가하며 이 프로젝트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김씨는 "가난한 사람들이 암에 더 많이 걸리고, 더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다"며 "탈북자든, 아프리카 사람이든 연약하고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두고 그들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계속 할 것"이라 말했다.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