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18/2013061802922.html


[阿 말라위에서 에이즈 퇴치사업 이끄는 코넬大 김현철 교수]

 

에이즈 50% 줄이는 포경수술, 학교 갈 차비 없어 몸 파는 여중생에겐 장학금 등 지원

굶주린 임산부에게 1년 동안 옥수수가루 제공하는 데 10만원이 돈이 부족해 안타까워요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 파업 사태가 있었던 2000, 의대 본과 3학년생 김현철은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에 1개월 임상실습을 나갔다가 삶과 죽음이 의술뿐 아니라 돈에 의해서도 좌우됨을 깨닫는다. 그의 눈에 비친 현실에선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이 더 많이 암에 걸렸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 실습생은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손을 쓸 수 없게 된 40대 여성 환자와 마주했다. 그는 절망하는 환자를 붙들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만 쏟았다. 청년 김현철은 '가난해서 죽는 것만은 막아야겠다, 대체 그 돈이 뭔지 제대로 공부해보자'고 결심한다. 그는 전문의가 되길 포기하고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다.


13년이 흐른 지금, 그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에이즈 퇴치 연구사업인 '프로젝트 말라위'를 이끄는 경제학자 김현철(金炫哲·36) 미국 코넬대 교수 이야기다. 아프리카 출국을 앞두고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김 교수를 18일 만났다. 의사이며 경제학자인 그가 에이즈에 맞서는 전술은 독특하다. 남성들에게 포경수술을 지원하고, 여중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에이즈 예방을 위한 교육활동 등 다양한 예방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물론 직접 환자를 보기도 한다.


2013061802770_0.jpg


17일 경기도 성남에서 만난 김현철 교수는포경수술과 장학금 지원, 예방교육 등 에이즈 예방에 효과가 있는 정책들을 모두 접목한 연구는 말라위에서 처음 이뤄지고 있다연구 결과가 나오면 세계 에이즈 퇴치 대책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허영한 기자



"포경수술을 하면 에이즈 감염률이 50% 감소합니다. 2차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한 해에 에이즈 환자를 100만명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곳 여중생들은 학교 갈 차비가 없어 단돈 1달러( 1000)에 몸을 팝니다. 그 아이들이 맘 놓고 학교 갈 수 있게 장학금을 줘 에이즈 감염경로인 성매매를 막자는 것이죠.여러 방법을 동시에 활용해 효과적인 성과를 내려고 합니다."


김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진로를 바꿔 서울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를 마쳤다. 의대생 시절부터 국내에서 탈북자 의료 지원 등에 나섰던 그는 2003년 인도에 갔다가 열악한 보건의료 상황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2006년 미국에 건너가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전공하는 개발경제학은 제3세계 국민의 빈곤과 질병을 퇴치해 인류 공동의 발전과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경제학 분야다.


아프리카 말라위와의 인연은 박사과정에 있던 2008년부터다. 아프리카 출신 친구를 통해 접한 말라위 에이즈 감염 실태는 심각했다. 인구가 1500만명인 말라위의 에이즈 환자 비율은 15%에 이른다. 젊은이의 장례식은 이 나라의 일상적 풍경이다.


김 교수는 "2007년 유명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포경수술이 에이즈를 줄일 수 있다는 논문 내용을 현실에 옮겼다. 수도 릴롱궤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치무투 청소년 수백명을 대상으로 포경수술을 지원했다. 또 여학생 3000여명에게 수업료와 월 용돈 1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김 교수는 "1년에 만원 정도면 말라위 소녀들이 성매매로 에이즈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김 교수가 중점을 두는 프로젝트는 모자(母子)보건사업이다. 임산부의 굶주림과 질병은 임신 기간의 태아 건강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평생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김 교수는 임산부 1300여명에게 매달 20㎏의 옥수수가루를 지원한다. 각종 예방접종을 하고 이들이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산부의 건강·영양상태를 유지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비교 연구를 통해 제3세계 빈곤·질병 퇴치의 경제학적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 이 프로젝트의 고문을 맡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빈곤·질병을 경제학적으로 해결할 놀라운 시도"로 평가했다. 코넬대도 김 교수의 강의를 한 학기에 몰아줘 '프로젝트 말라위' 활동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그는 "임산부에게 1년간 옥수수가루 공급하는 데 우리 돈 10만원이 든다" "이 돈이 부족해 1300여명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2012년부터 에티오피아에서도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비용 상당 부분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하고 있다.


"모자보건사업의 최종 연구 결과를 내는 데 30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학자의 삶을 걸고 모자보건사업과 에이즈퇴치사업을 완수하고 싶습니다."